장기하와 얼굴들 새 앨범을 들었다.

(어제밤에 ㅁㄱㅎ 보고 자면서 내일 아침엔 장기하 들어야징~하면서 즐겁게 잠듬ㅋㅋ)

지난 번 앨범 타이틀이나 수록곡들보다 더 '잘하는' 느낌.

지난 번 앨범이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끝에서 끝까지 몰아치면서 보여주겠다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내가 정말 잘 해. 이걸 잘 해. 이렇게 잘 해.

그런 느낌.

장기하는 이제 정말 유일무이가 되었다.

싱어 송 라이터? 그게 왜 대단한건데? 좋은 곡 받아서 노래 잘하는 가수가 부르면 안되는 거야? 하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장기하 떠올리면 싱어 송 라이터가 왜 좋은 거고 왜 대단한건지 납득이 간다.

이렇게 자기한테 착착 감기는 노래를 누가 만들고 누가 부르겠는가.

그리고 한 명의 싱어 송 라이터의 음악을 주욱 들어오면서 관통하는 비슷한 정서,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감성을 느끼는 것도

리스너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일.


음원으로 듣다가 공연가서 보고 이미지와 달라서 '헉' 한 노래들이 몇 개 있는데 '그러게 왜 그랬어'를 공연에서 부른다면 어떻게 부를지

굉장히 궁금하다. 장기하는 되게 야한데 더 야해질 수 있는데 적당히 자제하는 느낌. 아마 제일 야한 한 두곡 정도는

부러 빼지 않았을까 하는 궁예. (물론 적나라한 야함이 절대 아니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설명하기 어려워서 못하겠네.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야함? 뭐 그런게 있음. 너랑 나랑 잘 모르지만 너랑 나랑 알게 되면 많은 일이 일어날걸. 그게 뭔지는 지금 말못하고

너도 궁금하지만 못 묻겠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지. 뭐 이런 느낌.되게 얄밉고 되게 짜증나는데 못 끊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

'이렇게 안고 있으면 미친 듯이 좋은데.' - 킬링 파트.


'ㅋ'  도 노래-가사-보컬-연주 가 완벽히 어우러져서 뭐 하나를 떼놓고 칭찬하는게 이상할 정도지만 

나는 마치 콩을 젓가락으로 옮길 떄처럼 이모티콘 하나마저 조심스럽게 정했어.

이 가사가 진짜 너무 좋았다. (물론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가 좋았단 얘기임)


늘 먹는 얘기, 요리하는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서사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만큼 '쌀밥'도 좋았고,

좋다 말았네 뮤비 떠 올리면서 다시 들으니 좋았다.


'오늘 같은 날' '살결' 은 목소리가 전반에 튀어나와서 집중하게 만드는 곡이다. 음을 더 쌓을 수 있지만 빼고빼서 만든 느낌.

특히 '살결; 에서도 그렇고 밴드들과 합창 코러스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데 이게 공연에서 보면

더 맛을 살리는 게 있다. (버즈도 이런거 했으면)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는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인데 참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그 동안 겪은 일 들었던 일 생각했던 일 그런 일들이 

이렇게 또이또이한 가사와 쿵짝쿵짝한 사운드로 태어났구나. 세상의 많은 질문에 대한 유쾌한 응답같다.


괜찮아요--어릴 땐 취향 같은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나이가 드니 그게 다가 아니더라 


근데 전반적으로 괜찮아요나 내 사랑에~ ㅋ 그러게 왜 그랬어 모두 연애하다 힘들고 찌질한 얘기 짜증나는 얘기 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되게 따뜻하고 둥글둥글하게 들린다. 아마도 장기하가 연애하고 있느 것에 대한 선입견 필터가 잔뜩 끼어서

그런것 같긴 한데 전의 노래보다는 확실히 거침과 뾰족함 이 부드러움으로 변했다. 음악 작업이 늘면서 그렇게 된 걸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 일수도 있고 의도한 걸 수도 있고. 비꼬기 꼬아 말하기 등이 되게 둥글둥글 해짐. 


'가나다'는 밴드 밴드 좌라좌라 챵챵이라 좋고. 공연때 짱 신날듯.


빠지기는 빠지더라는 후각-냄새를 노래로 풀어낸게 진짜 대단하다. 보통 노래 가사에서는 '그대의 좋은 향기' 정도로만

그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걸 노래 한 곡으로 너무 잘 풀어냈음.최고최고.

음식냄새+생활 냄새 -옷에 배인 냄새- 여자(연인)의 좋은 냄새- 온톤 생활에서 네 냄새라 괴로워함-그냥 그냥  너의 그냥 그 냄새

이렇게 이어지는 서사를 길지 않은 3분 10초에 완벽하게 풀어내는게 정말 최고인듯. 


아이 ㅇ 에 대해서 언급을 안할 수가 없지. (관련얘기는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냥 써보자)

 지난번 최자의 '내 배꼽아래 너의 가르마 위 아래 '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충격적이어서

이번 장기하 앨범을 들으면서 좀 걱정됐음. 장기하도 다듀만큼 할려면 할 수 있음. 못하는 사람이 아님.(ㅋㅋㅋ)

만약 이번 타이틀이 '내 사람' 이었으면 나 좀 우웅 했을 듯.... 공개연애 전에

내 사람 나와서 다행이다.  내 사람 노래 좋음! 실제 연애 기간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인지하고 난 뒤, 이목이 집중된 뒤가 문제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내 사람이었다면 좀 우웅..시러...

그냥 개인적인 궁예로는 장기하가 (아이ㅇ관련해서는) '내음악은 내음악인데 뭐!'하면서 강하게 가진 않았다는 느낌이고

좋게 말하면 배려 나쁘게 말하면 의식해서 날 것을 좀더 다듬기 한 듯. 

내 음악도 챙기고 아이 ㅇ도 조금은 생각해서 비켜가고 그런 것 같다. 얘네 연애기간 앨범제작기간 따지는 복잡한 일은 못하겠어서 

모르겠는데 오히려 아이 ㅇ와 연관지을 수 있는건 이 전 사람의 마음 앨범이 더 연결지을 수 있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이건 그냥개인적인느낌)

이거 쓰고 내가 가는 커뮤 리뷰보고 왔는데 그래 역시 어쩔수 없어. ㅇㅇㅇ와 뗄수 없고 이 노래 저 노래에서 연상하는 사람 많구나.어쩔수 없음.



왠지 하드에 아직 노래 많이 쌓아놓고 적당한 때 간 보는 거 같아서 기대된다.


암튼 장기하는 이제 유일무이하고 누구랑 비교할 수도 없게 그냥 장기하 그 자체임.

더 빼고 더 옛날스럽게 세련되고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앨범.

그리고 다음엔 더 더 잘하겠지.

-끝-


 나도 저렇게 '이거 다 내가 만듬' 인장 쾅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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